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는 초량에 있다. 초량草粱은 '풀밭의 길목'이란 뜻이고 6·25전쟁 당시에도 산기 슭에 목장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부산에 피란민들이 몰려오면서 풀밭은 집터로 바뀌었고 산복도로와 계 단이 만들어졌다. 우리 가족이 부산에 이사 와서 처음 살던 곳은 초량이다. 그곳에서 태어난 막내가 초등학 교 1학년을 다닐 때까지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다. 얼마 전, '초량 이바구길'이 방문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인터넷 기사를 읽었다. 호기심에 지하철 을 타고 초량에 있는 목적지를 찾아갔다. 길 가장자리에 설치된 관광안내도를 보았다. 안내판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거렸다. 이바구길은 낯선 길이 아닌 내가 10년 가까이 오르내리던 산복도로와 우리가 살던 동네 가 포함되어 있었다. 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