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집을 엿보다 빈자리가 휑해 보인다. 수선집 여인의 옆자리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다. 그녀의 남편은 바람이 되어 다른 집에 머문다. 그 여파로 웃음을 잃었다. 무채색의 하루하루를 안고 사는 생기 없는 삶이 눈동자에 맺힌다. 찔려도 속이 없던 사람이 점점 바늘이 되어 간다. 신혼 초에 홈패션을 배웠다. 학원에서는 주로 부업이나 창업자들을 위해 공업용 재봉틀을 사용했다. 속도가 엄청 빨라서 손과 발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바늘에 찔린 상처가 궂은살이 되었다. 신혼생활에서 덧난 불협화음이 목에 걸려 떠돌고 있었다. 황폐한 마음을 털어버리기 위해 취미생활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묵직하게 걸려 있던 것들이 점점 사라져 갔다. 그제야 둥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재봉틀 페달을 조심스럽게 밟으면서 삶의 의미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