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올리는 속건제(贖愆祭) 김근혜 아버지는 땅을 팔면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 외지인이 와서 공장을 짓는다며 땅값을 비싸게 준다고 했다. 귀가 여린 아버지는 그 꾐에 계약금만 받고 땅문서에 덜컥 도장을 찍었다. 쉰을 넘긴 아버지가 맨손으로 일어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산을 잃어버린 심정이 오죽했을까. 목숨을 끊으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곡기를 입에 대지 않고 벽만 보고 있는 날이 많아졌다. 자다가도 화가 차오르는지 가슴을 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럴 때마다 조바심이 나서 아버지 방을 기웃거렸다. 어떠한 시련과 고난이 닥쳐도 흔들리면 안 된다고 밥상머리에서 누누이 강조하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세상이 다 짐으로만 보인다며 등을 점점 바닥에 누였다. 밝은 달도 떠나고 맑은 바람도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