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쯤 전화벨이 울렸다. 출근길에 통화했으면 됐지 뭐 하러 밤에 또 하나 싶어서 건조한 목소리로 “왜?” 했더니 “엄마!” 하는 목소리가 축축하다. 오래전, 부대에서 동계훈련을 받고 들려줬던 목소리와 똑같아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아들은 며칠 동안 혹한과 싸우다 그만 동상에 걸려 병원에 왔다고 했다. 그때 “엄마!”라고 부르던 그 목소리와 닮은, 괴롭고 지친 목소리였다. 그 후에 이런 목소리를 들려준 적이 없었는데 웬일인가 했더니, 직장 생활 10년 만에 자존감이 이렇게 무너지긴 처음이라고 했다.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일의 양도 양이지만, 그보다는 무조건 ‘나 때는 말이야’로 밀어붙이는 힘을 막아내기 버겁다고 했다. ‘오죽하면 내게 전화했을까’ 싶어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아들이 시시콜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