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녀-김근혜
비녀 김근혜 오빠, 언니 운동회가 있던 날이었다. 들뜬 마음에 높이 솟구친 그네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쇠 부분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고 말았다. 하얀 티셔츠에는 선홍빛 봉숭아 몇 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갑자기 숨이 콱 막혔다. 간신히 눈을 뜨고 올려다본 하늘엔 종이비행기가 무수히 날고 있었다. 머리를 다치고 난 후부터 빈혈이 심했다. 키도 자라지 않아서 맨 앞줄에 섰다. 부모님은 원기소를 억지로 먹이려고 했는데 냄새가 싫어서 입을 벌리지 않았다. 야단을 치면 혀 속에 숨기고 있다가 몰래 개한테 먹였다. 밥투정도 잦아서 어머니 속을 많이 섞였다. 편식이 심한 나는 오징어채 무침이나 김밥이 없으면 먹지 않았다. 생선은 냄새가 나서 피했으며 고기는 질겨서 싫어했다. 어머니가 어르고 달래야 겨우 몇 숟갈 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