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서 결혼 사십 년을 맞았다. 고맙게도 그간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왔다. 아내는 나의 일이나 생활습관 등에 대해서 별 말없이 잘 따라 주며 가장의 대우를 해주었다. 그런데 일흔을 넘기고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점차 잔소리가 많아졌다. 나의 어둔함이 자꾸 눈에 뜨인 때문이었다. 한번은 이웃 혼사에 빈 봉투를 축의금으로 낸 일이 있었다. 집에서 정성스레 봉투를 마련했는데 그 안에 돈을 넣지 않은 채 접수했던 것이다. 다행히 다음 날 전후사정을 감지한 혼주가 귓속말로 알려주어 얼른 송금했다. 저녁 식사자리에서 황당한 그 사건을 들은 아내는 순간 안색이 핼쑥해졌다. 그 후, 아내는 '물가에 내 놓은 아이' 운운하며 부쩍 나의 행동거지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도 한 두 번이라고, 급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