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금상 한 마리의 거미가 촉수를 세운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까맣게 그을린 서까래 사이에 거미들이 이리저리 줄을 쳐놓았다. 바짝 다가가 거미줄을 살펴본다. 촘촘하니 방사형으로 쳐놓은 그물이 제법 정교하다. 자신의 몸속에서 진액을 뽑아내며 거미줄을 마무리하던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장 틈 사이로 몸을 숨긴다. 덩그런 기와집은 주인을 잃은 채 빈 집이 되어있다. 기와는 부스스하니 윤기를 잃었지만, 아침햇살은 예전처럼 두꺼운 마루에 반질반질 올라앉는다. 삐꺽거리는 마루에 올라 작은방 문고리를 잡는다. 베틀에 앉아 계신 어머니의 모습이 잠시 눈에 아른거린다. 작은방 문을 열어본다. 베틀이 놓였던 자리가 휑하다. 닳아버린 몽당 빗자루 하나가 구석에서 옛 기억을 쓸어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