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는 꽃잎처럼 야윈 봄날이 저문다. 습관대로 핸들에 이끌려 도착한 병원 뒤뜰에는 꽃이 지고 여기저 기 흩날리는 꽃잎이 하얀 꽃길을 내고 있다. 아직 어머니의 온기가 남아있을 휠체어와 도시락을 먹던 평상 이 그대로다. 그저 어머니만 안 계실 뿐, 병원은 한 달 전처럼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어머니가 떠나시는 것을 예감했을까. 어머니가 가시던 날, 매화나무에는 붉은 꽃망울이 눈물방울처럼 매 달려있었다. 터질 듯한 꽃망울로 어머니를 배웅하던 매화나무에 연녹색의 잎새가 무성한 것을 보니 생을 이끄는 것은 시간인 것 같다. 온 김에 어머니가 계시던 병실을 들여다보는데 내 집처럼 드나들던 곳이라 가 족 같던 병원 직원이 아는 체를 한다. 어머니는 11년 동안 노인병원에 계셨다. 믿기 어렵지만, 어머니는 결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