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무꽃이 허옇게 폈다. 꺾어서 맛을 본다면 아마도 달싸한 맛이 나지 않을까. 눈여겨보지 않아도 싹을 틔우고, 물을 주지 않아도 꽃을 피운다. 사람 등에만 피는, 소금기를 먹고 자라는 꽃. 삶의 각질로 이루어진 꽃, 아름다운 향을 지니고도 어둠 속에 있어서 더 쓸쓸해 보인다. 삶은 답안지가 없는 문제집이며, 눈치 없이 문제를 떠안기기에 바쁘다. 루터 안에 갇힌 삶의 등을 벗기려 애써본다. 문제를 풀었는가 싶으면 매듭이 지고 또 다른 형식의 난제가 로그인된다. 등은 엉켜있는 실타래다. 등은 의지와 상관없이 울고, 웃으며, 밥의 의미를 새기게 한다. 생생한 삶의 터에서 쉼 없이 돌아가는 회전의자다. 가녀린 등도 가족 앞에선 꼿꼿함으로 위장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몸부림친다. 가족을 지키느라 생의 나들목에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