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김근혜 내 차례가 되었다. 생애사를 절반도 읽지 않았는데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봇물이 터지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내 옆에 앉은 그녀가 남편 얘기를 하기 전까지는 평온하기만 했다. 그녀는 부잣집 마나님처럼 아주 고왔다. 젖은 땅이라곤 한 번도 밟고 살았을 것 같지 않은 온화한 모습이다. 그녀 남편은 직장이 없어서 놀고 있는 처지다. 먹을 것이 없어 아등바등하면서도 돈을 빌려 술을 마시고 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주정도 하지만 그녀는 언젠간 남편이 변할 거라며 기도만 한다고. 그녀가 흘려야 할 눈물이 내 팍팍한 삶과 만나서 이입되었나 보다. 감추어두었던 아픔이 요동치며 다투어 흘러내렸다.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어쩌면 내가 믿는 신께서 이런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