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 “꽃도 풀도 아니군. 나는 콩나물이다. 축축한 곳에 산다. 머리카락도 자라지 않는 깊은 어둠 속이다. 오늘도 난 수많은 골목이 있는 생각의 마을을 지나 긴 터널을 달려 마음이 보이는 가까운 내륙의 섬을 여행한다. 시간이 기웃거리며 도착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 사치스러운 꿈이 피어나던 꽃밭을 찾아, 아직 앉지 못하고 샛길을 서성인다. 젖은 보자기 밑에서 햇빛을 향해 바글거리며 숨 쉬던 콩나물이 사는 불 꺼진 동네가 보인다. 어둠 안쪽에서 창백한 얼굴을 내밀고 섰던 깡마른 존재 하나. 다리를 뻗고 눕고싶던 콩나물 줄기의 욕망일지 모른다.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거기. ” 얼굴에 검은 보자기를 쓰고 시루 밑바닥에서 총총거리며 뿌리털이 자라고 있는 콩나물의 자화상이다. 여전히 목이 마르다. 안식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