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이번 채용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5번째 공채에 떨어졌다. 작은 책에만 눈과 코를 박아 놓고 숨도 죄스럽게 쉬며 공부했는데 또 낙방했다. 차라리 공무원 시험이었다면 툭툭 털고 등을 돌렸을 테지만 기업 공채마다 번번이 돌아가며 떨어지니 어느곳에서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일상을 집어삼켰다. 누군가 실수로 흘려보낸 유리병처럼 좌표도 부표도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기분이었다. 내게는 '장녀'라는 짐이 있었다. 빨리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닻이 돼 나의 마음을 우울한 기저로 끌어내렸다. 아버지를 볼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어 피하기만 했다. 밥도, 대화도, 가끔 함께 나가던 낚시도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비 맞은 쥐가 벌벌 떨며 하수구로 도망가듯 처량히 가족을 피해 다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