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쭈그렁 망태기 얼굴에 거뭇한 기미가 군데군데 피었다. 희끄무레한 머리카락은 실타래처럼 늘어졌다. 눈동자는 게슴츠레한 데다 볼살이 축 처치고 입은 불퉁하니 튀어나와 턱밑 주름살이 쌍으로 더해져 영락없는 불도그 형상이다. 거기다가 후줄근한 벙거지 모자와 무릎 나온 운동복 차림이니 거지 중 상거지상이다. 사람의 첫인상을 가늠하는 것이 얼굴이다. 얼굴을 보면 그가 살아온 흔적이나 현재의 삶은 물론 인품까지 읽힌다고 하니 집이면 대문이고 상점으로 치면 간판이다. 실제로 내 간판이 이리 비호감이 들 정도니 누가 감히 물건을 사러 들어오겠는가. 보는 순간 질겁해 줄행랑을 치고 싶을 게다.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젊고 고운 얼굴을 가진 이라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