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끝엔 언제나 그가 있다. 검푸른 빛 연미복으로 단장하고 댓잎에 이는 바람소리에도 귀를 여는, 긴 고통 끝에 분만한 밤의 옥동자다. 층층이 쌓인 어둠의 지충을 뚫고 움을 튀은 적요의 꽃이며, 슬그머니 빗장을 푼 어둠의 은밀한 미소다. 그 미소를 맞이하려고 긴 기지개를 켜며 두꺼운 커튼을 활짝 열어젖힌다. 이슬로 막 세수를 끝낸 새벽과 마주선다. 그의 싸늘한 체온이 내 혈관 깊숙이 스며들어 잠자는 의식을 하나, 둘 깨우기 시작한다. 깨어난 의식들이 제자리를 찾느라 잠시 부산스럽다. 어제의 절망과 체념은 이제 묻어버리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라며 가슴을 활짝 열어보인다. 새벽과 깍지 낀 내 손가락 사이로 별보다 많은 희망의 날들이 은하수 강물되어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은 모든 이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