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저녁 식사를 마치면 주변을 산책한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없고 포근한 날이라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은 집이 곳곳에 눈에 띈다. 걷다가 창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를 의도치 않게 듣기도 한다. 이웃의 삶 일부가 열린 창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한적한 길을 걷다 창문으로 불그림자가 얼비치면 그 앞에 잠시 멈추기도 한다. 오늘도 그녀가 사는 2층 집은 불빛이 아늑하다. 거실에 켜진 주광과 백색 전구의 조화는 일터에서 돌아와 편히 쉴 수 있는 집의 이상향처럼 느껴진다. 산보를 하다 그녀의 집 근처에 이르면 습관처럼 고개가 들려진다. 열린 창밖으로 들려오는 가족들의 웃음소리, 리코더 가락에 맞추어 부르는 아이의 노래를 나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리며 발걸음이 더뎌진다. 가족들의 경쾌한 웃음은 하루를 마감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