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 회의 좀 합시다. 과장들 좀 이리 불러 봐요. 거기 홍 계장, 김 계장도 같이 오고.” 부장의 쉰 목소리다. 다른 부서는 이미 퇴근하여 빈자리가 많았다. 북적대던 사무실은 한산하다. “저는 친구 결혼식에 가야해서….” 말끔한 정장차림의 홍 계장이 양해를 구하며 뒷자리의 부장 눈치를 살폈다. 뒤를 돌아보니 부장이 가도 좋다는 손짓을 한다. 내 앞의 과장둘도 얼굴을 마주보며 망설이는 표정인데 홍 계장에게 선수를 빼앗기자 김 샌 표정이다. 나를 비롯한 간부들이 회의용 탁자로 엉거주춤 모였다. 부장은 다음 주 토요일 퇴근 후에 내장산 단풍을 보러가자고 했다. 술도 한 잔 하고 일박하고 점심 먹고 올라오자는 것인데, 강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거의는 따라야 했다. 부장은 각 지점장들에게도 연락해서 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