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덮인 기억을 물고 그 섬이 내 안에서 일어선다. 잊혀진 임을 마주하듯 전율이 인다. 사십 여 년... 까마득히 잊고 살았건만 셀카 봉으로 막 찍어낸 사진처럼 그날들이 선연해진다. 지나간 신문을 정리 중이었다. 우연히 읽게 된 ‘섬 탐방’ 시리즈. 기억이 나를 그곳으로 소환했다. 궁금함이 꼬리를 문다. 동백나무 고샅길은 그대로일까? 마을을 안내하던 동네 어귀 목비는 여전히 그 곳을 지키고 있을까. 닷새간 머물렀던 그 민박집은, 산 위의 황량한 버덩은... 나는, 나의 젊은 어느 날의 아련함에 젖어 전신이 물긋해졌다. 이십 대의 젊은 날, 내 저항의 방식은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는 것이었다. 이것은 반복되는 일상과 이름도 없는 희망을 거절하며 나름 살아내기 위한 내 삶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