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중천에 떴는데 기척이 없다. 빼꼼히 방문을 열고 안의 동태를 재빨리 살핀다. 이불이 규칙적으로 들썩거린다. 휴~ 다행이다. 살아 있네! 다음은 무관심이다. 무얼 하든, 어딜 가든, 밤늦게라도 잊지 않고 집에만 들어오면 된다. 난 아침형인간이고 그는 올빼미족이라 아침은 각자 해결이다. 난 내 방에서 소리로 그의 행동반경을 감지한다. 저녁이 되면 말없이 서로의 얼굴은 보지 않고 밥 먹는 일에만 전력을 다한다. 밥에 돌이라도 들어갔는지, 반찬에 머리카락이 있는지, 눈에 불을 켜며. 그는 문간방에서, 난 거실을 독차지하고 TV를 본다. 어차피 선호하는 채널이 달라 같이 볼 수 없다. 예전엔 보고 싶지 않은 프로도 무심히 정답게 같이 보았지만, 거실 스탠드를 켜놓고 내가 안방으로 들어가면 그는 문간방에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