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 김근혜 꽃샘바람이 가지를 흔든다. 물오른 매화의 숨소리가 거칠다. 그녀가 뭇사람들 틈에 낀 순간을 담고 싶다며 매화꽃 그늘에서 방긋 웃는다.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보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우울증이 도졌다. 보드레한 봄바람이 얼굴을 간질여도 눈가에 소금기가 어른거렸다. 이혼소송에 휘말리고, 유방암 수술을 받고도 씩씩했었는데 포장하지 않은 삶에 바람이 스쳤다. 그녀는 지금 인생의 간절기에서 봄을 앓고 있다. 내게도 봄은 아픔을 수반했다. 정리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가 곳곳에서 통증을 일으켰다. 어느 기억 모퉁이에선 가슴이 시렸고,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선 머리가 아팠다. 진통제 몇 알로 치료되는 가벼운 증상이 아니었다. 종종 파스가 필요했으나 옆에는 약효 지닌 사람이 없었다. 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