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걸음을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프고, 슬프고, 모나고, 잘못된 것은 모두 지워 버리겠지요. 좋은 기억만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가슴에 아픔 몇 자락은 다 숨기고 살지 않을까요. 구태여 곱씹을 필요는 없지만, 느닷없이 튀어나와서 가슴을 아련하게 하는 슬픔도 있습니다. 동창회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볼 때마다 젊어집니다.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피노키오도 아닌데 코 높이도 자꾸 달라집니다. 그들의 살아온 자취가 자꾸 지워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동화책에서 읽었던 신비한 샘물을 마시고 오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점점 젊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아기가 되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도 됩니다. 얼굴은 자신의 살아온 모습이 담겨 있는 그릇입니다.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서 모양이 변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