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햇빛을 제일 길게 드리우는 것은 동짓달이다. 거실을 지나 식탁 밑까지 파고든다. 햇빛은 바닥에 반사되어 유리알처럼 반짝인다. 계절에 관계없이 내리비치지만 동짓달의 햇살은 약한 듯 강하다. 그런데 환한 햇살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식탁 밑까지 파고드는 햇빛이 심술궂은 바람처럼 종종 나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식사할 때 발밑을 내려다보면 먼지와 잡티가 하나하나 살아 움직인다. 아내도 이것을 보고 있다. 떠다니는 먼지는 잡티와 만나면 스멀스멀 움직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도 한다. 이들이 아내의 청소본능, 아니 일하는 본능을 자극하는 모양이다. 모르긴 해도 분명, 식사 후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내는 생각해 낼 것이다. 가볍게 청소기 돌리는 것만으로 끝낼 것인가 아예 걸레까지 총동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