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서다 김근혜 차들이 게걸음이다. 땅을 장사지내는 조문 행렬에 고속도로가 마비다. 불도저는 늙은 땅을 풀어헤쳐 새살을 파느라 여념이 없다. 목덜미를 물린 땅은 하늘을 향해 굉굉 소리를 낸다. 딸려 나온 벚나무가 잇몸을 드러내고 고통을 견디고 있다. 컬러 사진이 누렇게 바래져도 여전히 가야 할 길은 그대로다. 길을 걸으면서 끝을 찾고 마지막이라 말하면서 허공을 향하는 넝쿨손. 욕망으로 중독된 세상에서 엇길로 가다 발이 빠진다. 아버지의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어린 시절 멀리서 울리던 교회당 종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남들보다 쉽고 편하게 가는 사람들, 지름길로 가지 않아도 빠르게 간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지 않아도 매화는 핀다. 넓은 문, 넓은 길로 가는 사람들. 무엇이 될까 고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