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초입이라 바람 끝이 차다. 겨우내 햇살 못 본 허여멀건 한 내 목덜미에 때 아니게 붉은 꽃 한 송이 맺혔다. 홍매 꽃망울만 하던 것이 순식간에 명자꽃송이만큼 확 부풀어 오른다. 꽃 핀 자리가 불침이라도 맞은 듯 뜨끔거린다. 엉겁결에 당했다. 본능적으로 손이 목덜미께로 향한다. 뜨끔거리는 곳을 찾아 엄지와 검지로 꽉 꼬집어 짜니 개미 눈알만 한 침 하나가 딸려 나온다. 그 순간 가슴 언저리가 스멀거린다. 화들짝 놀라 신들린 무당처럼 풀쩍댄다. 윗도리를 마구 털어대자 꿀벌 한 마리가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잠시 내 발 옆에서 비칠대더니 곧 생이 끝날 걸 아는지 모르는지 꽁지가 빠져라 달아난다. 행여 성질 급한 꽃이라도 만날까 싶어 들성지로 향했다. 사방을 아무리 휘둘러보아도 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