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묘장을 찾았다. 봄기운이 물씬 오른 모종들이 모판에서 키 재기하듯 경쟁적으로 자라났다. 옆 지기의 공간을 침범하여 굵게 자란 녀석이 있는가 하면 비좁은 곳에서 키만 삐죽이 올라온 녀석도 있다. 모판을 벗어나려는 생존 본능은 틈이 조금만 주어져도 달아나려 한다. 이때쯤이면 농가에서는 모종들에게 흔들기를 시작한다. 매정하게 자리를 옮긴다. 비좁은 포트에서 얼마나 숨이 막혔으면 물 빠짐을 위해 뚫어놓은 구멍으로 뿌리를 내렸을까. 이삿짐 빠진 빈방처럼 모판이 옮겨가고 남은 빈자리마다 잘려나간 뿌리들이 허옇게 널브러져 있다. 말못하는 식물이라고 왜 안 아프겠는가.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면역력이 강해진다. 모종이 제금 나기 전까지 농부는 수시로 모판의 자리를 바꿔주고 흔들어 주면서 정을 뗀다. 긴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