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 Stranger In Paradise
오은
시시한 농담 한번 해 볼게. 세 명의 남자가 천국으로 난 길을 걷고 있었어. 심장이 두 개인 남자, 심장이 하나인 남자, 심장이 없는 남자 이렇게 셋이. 길은 한도 끝도 없었지. 한참을 걷다가 심장이 두 개인 남자가 심장이 하나인 남자에게 말했지. 자네, 구두끈이 풀린 거 아나? 아니다, 두 명의 남자가 길을 걷고 있었어. 심장이 두 개인 남자와 심장이 하나인 남자 이렇게 단둘만. 한참 길을 걷는데, 갑자기 심장이 두 개인 남자가 딱 멈춰 서는 거야. 그러곤 심장이 하나인 남자에게 심각하게 말을 건넸지. 자네, 구두끈이 풀린 거 아나? 아니다, 진짜 얘기는 바로 이거야. 심장이 하나인 남자가 혼자 길을 걷고 있었어. 한참을 걷는데 발이 약간 허전한 거야. 땅을 내려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구두끈이 풀려 있었지. 자네도 참, 구두끈이 풀린 것도 몰랐단 말인가? 심장인 하나인 남자가 혼잣말을 했지. 그러곤 구두끈을 묶으려고 허리를 구부렸어. 그때였지. 느닷없이 보도로 뛰어든 자동차가 심장이 하나인 남자를 치어 버린 거야. 덕분에 심장이 하나인 남자는 예정보다 일찍 천국에 가게 되었어. 천국 입구에서 심장이 하나인 남자는 심장이 두 개인 남자, 심장이 없는 남자를 만나게 됐지. 생각보다 일찍 왔네그려. 심장이 두 개인 남자와 심장이 없는 남자가 입을 모아 심장이 하나인 남자를 환영했지. 그런데 자네, 구두끈이 풀린 거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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