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택 신축 현장에서 지친 몸으로 돌아옵니다. 낮엔 햇볕이 따가운데 음지엔 가을 모기가 극성이라서 멈춰있지 못합니다.
사는 게 조금씩 그렇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차이는 무지막지하죠. 그 간극을 저는 어쩌어찌 하다가 시로 메우며 삽니다만, "어쩌어찌"의 속내를 조금이나마 아신다면 여러분은 자신을 의심하거나 조바심내지 않고 채근하거나 좀 가늘게 뜬 눈으로 세상을 째려보게 되실까요?
가끔은 내가 내게 조삼모사 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러질 내가 휘어진다면, 꺾어질 내가 휘청,하고 만다면 조삼모사가 나쁘겠습니까. 신공에 든 지도 1 년쯤 된 것 같습니다. 그 사이 분에 넘치는 감투-게시판지기-를 얻얻고, 과분하게 공식적으로 남의 글 소개이지만, 글을 휘두릅니다. 카페서 제공되는 저의 신상표기에 따르면 320번쯤 방문을 했고 190 몇 개의 글을 올렸다고 나옵니다. 590여 번의 댓글이 따라 붙었노라고도 나옵니다.
2.
그 사이 몇 번 오해를 받았고, 몇 번은 실수를 했을 겁니다. 아픈 쓴소리로 누구의 가슴에 칼집을 내기도 했을 테고 또한 몇 번은 호되게 얻어 맞았을 겁니다. 미안합니다. 사는 일이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가잖아요. 대개 사람들은 자신밖에는 못 보니까 저 역시 저나 근근히 살핍니다. 그러다가 빛좋은 개살구 하나인 제가 막상 베어물면 시큼하다는 걸 아는 저를 보는 일은 끔찍합니다.
올리는 글들 중 몇은 제 신상을 오색지로 버무려 무지개인 양 했구요. 기성 시인의 글들을 소개하면서 자가당착 제 똥인 척 으쓱대기도 했나 봅니다.
3.
시를 쓰는 일은 양심을 파는 일은 아닙니다. 그 러나 자신의 양심과 내면의 임계점과 싸우기는 하죠. 안 그런 이들도 있을 겁니다. 누구의 기름이든 바르고 뺀지르르 하고 싶은 이도 있을 테구요. 사람이잖아요. 싸우든 화친하든 시 쓰는 일은 끔찍합니다. 나를 들여다보다가 나를 그만 속속들이 다 알아버립니다. 정말 최악인 건 그런 나를 버릴 수 없으리라는 예정된 결론입니다. 그럴 때 나는 나의 적이 됩니다. 나의 스승이었다가 반환점이었다가 끝내는 적이 되어버리는 나를 또 사랑하는 일이 늘 반복됩니다. 처연한 일이지만 그렇습니다. 시는 밖에서 올 땐 지진처럼 오고 나를 휘돌아 여진처럼 남습니다. 시가 안에서 슬그머니 독오른 대가릴 치켜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시는 칼 한 자루를 거꾸로 쥔 자가 되어 자진하듯 서늘합니다.
4.
몇 번인가, 시가 대체 뭐하는 물건인지를 더듬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때마다 전 저를 들켰고요. 그러나 나를 들켜가며 시를 시비한들 사람들은 그 외양만 보며 끄덕이곤 이내 자신의 방식과 습관과 타성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곤 잠잠해지죠. 누군가 또 다른 돌을 던지기 전까지 그들은 고요합니다. 그러나 사실 누군가가 깨운 잠은 자신의 찰진 아침이 될 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공복이 외부로부터 시작될 지라도 그 느낌은 입 안 가득 괴는 침으로부터 오듯, 나는 나를 통해서 깨어나고 나를 통해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가진 한계를 끄덕이고 그것을 넘어서려 도움닫기를 하고 몸부림치며 솟구쳐 오릅니다. 쥐어짤 게 아니라 즐겨야 하며 즐기기만 할 게 아니라 미친 듯 물아 몰아의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타자의 십년을 나의 일년으로 당겨 쓸 수 있습니다.
5.
6.
5. 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전 여기서나 누구의 생에서나 지나가는 자입니다. 당신을 주관하지 않으며 당신을 깨우칠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선생님입니다. 제게 간혹 분에 넘치게 칭하시는 '선생님은' 저보다는 여러분 자신입니다. 전 제게만 선생입니다. 자신을 궁금해 하세요. 어떤 구조인지 입을 열고 목구멍 깊숙히 손을 넣어 더듬어 보세요. 그래야 구토가 나도 달것이며 비로소 당신이 느껴지고 당신이 만져질 겁니다. 그게 당신의 새싹이 될 겁니다.
실은, 누구나 거기에서 시작합니다. 당신의 손끝이 더듬은 당신에게서, 어떤 구체에서, 어떤 정의에서, 어떤 무모함에서, 싹은 그런 식으로 머릴 쳐듭니다. 독이 오른 채, 그러나 한편 여린 살결로... 그러니 무른 당신을 탓하지 마시길... 거기서 강철이 몸을 갖는 연금술이 곧 시잘될 테니까.
7.
너는, 너를 깨우는 자체이자 이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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