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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끓는 소리
문성해
방에 누워 부엌에서 미역국 끓는 소리를 듣는다
비릿한 미역줄기들이 커튼처럼
우리 집 창틀에 매달리는 걸 본다 그 속에
미역줄기 같은 머리를 감고 죽은 앵두집 아이도 보인다
그 아이의 심하게 접힌 다리가 이상하게도 펴져 있었다
저수지에 빠져 죽은 그 아이
그곳에선 앉은뱅이 다리가 쉽게 풀리더라고
부러진 의자들도 수초처럼 물결에 흔들리며 서 있다고
그곳에선 모든 것이 펄펄 끓는 춤이더라고
방안에서 듣는 미역국 끓는 소리는
다급하게 누군가 우리 집 지붕을 열려고 들썩거리는 소리 같다
장롱 속 이불들이 들썩거리고
옷장 속 개어진 옷들이 천천히 일어서고
저수지 아래 가라앉은 내 노래가
서서히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를 때
시집 <자라> 창비사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청개구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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