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를 잊었습니다. 원 출처에도 축복을.....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대랄 드대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대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해석*
달님이시여 높이 돋으시어
멀리 비춰 주십시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내 님은 시장에 다니시던가요.
아, 진 데를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 내 님 가시는데 날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달을 보며 집 떠난 임의 안녕을 기원하는 노래 '정읍사'는 현존하는 유일무이한 백제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본디 시가란 부르는 이의 마음이 얹혀야 노래인 법 아닌가. 혀에 감기는 리듬과 모난 데라곤 없는 어감들이 임을 향해 부르고 불러 둥글어진 말의 모서리가 아낙의 마음 딱 그쯤이었을 것이다. 신라의 향가가 여러 수 전해지긴 하지만, 담백함에서, 화살표의 끝간 데에 자리한 임을 향한 마음에서, 우리말의 보폭과 감칠맛나는 어감, 영롱하기마저 한 후렴구를 보면 그야말로 고대시가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한가위란다. 말의 어원이 신라에서 비롯되었노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자세히 되짚을 수 없으니 '회소- 회소-' 탄식이나 할밖에. 여러분은 어떤 임을 그리며 높이 떠 오른 달에 앞길의 진창을 열여 달라고 비실텐가. 당신인가, 문학인가. 기도는 사실 간절함을 향한 하나의 형식이다. 형식이 길 자체는 아니지만 길을 열고 갈 신발끈을 묶는 장치로서는 유효할 것이다. 임이 문학이라면 손이 곱도록 쓰고 또 쓸 일이다. 쓰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과 무늬와 몸이 생길 때까지 빚을 일이다. 손만이 아니라 마음도 머리도 다 곱도록, 더듬어 만져지도록 . 그런 연후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자신의 재주나 세상의 굴곡을 후려친들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걸어간 자리가 길이 된다. 내게나 당신들께나.
신공의 모두에게 삼가 둥글고 높고 아름다운 한가위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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