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운의 외투 외투(外套) 김소운(金素雲)(1907~1981) 부산 출생 시인, 수필가. 13세 때 이본에 건너가 34년간 체류 (수필집) 목근통신(木槿通信). 하늘 끝에 살아도. 나 자신과의 약속 계절 중에서 내 생리에 가장 알맞은 시절이 겨울이다. 체질적으로 소양(小陽)인 데다 심열이 승(勝)하고 다혈질이다. 매양 ..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개구리소리/김규련 개구리소리/김규련 지창에 와 부딪치는 요란한 개구리소리에 끌려 들에 나와 서성거려 본다. 저녁 나절 몹시 불던 바람은 잠이 들고 밤은 이미 이슥하다. 모를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물이 가득 잡힌 빈 논에는 또 하나의 밤하늘이 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개구리소리는 연신 하늘과 땅 ..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감나무에 달린 잎새들 / 김규련 감나무에 달린 잎새들 / 김규련 무심한 나무도 조석으로 대하면 정이 묻어오는 것일까. 나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정문에 바짝 붙어 감나무 한 그루가 거목으로 서 있다. 그러니까 나는 싫든 좋든 출퇴근할 때마다 나뭇가지 밑으로 스치며 드나들 수밖에 없다. 그것도 사계절이 두 번이나 ..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곽흥렬의 낯가림 낯가림 무심한 기계도 때로는 낯가림을 하는 것일까. 연전에 새로 장만한 자동차가 자주 말썽을 부려 한동안 부지런히 정비 공장을 들락거린 적이 있다. 나는 몇 차례나 손을 보았는데도 어찌하여 여전히 옳잖은가 하며 정비기사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정비기사는 긁은 땀방울을 연신 소..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계용묵의 구두 구두 / 계용묵 구두 수선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는 큰 징을 한 개씩 박아 놓았다. 보기가 흉해서 빼어 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라야 한동안 신게 되구, 무엇이 어쩌구 하여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대로 신기는 신었으나, 점잖지 못하게 저벅저벅 그 징이 땅바닥에 .. 그룹명/수필 방 2012.07.21
강찬중의 잘 놉니다 정년퇴임을 한지도 벌써 여러 해를 넘겼다. 가끔 친구들에게서 근황을 묻는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 “그래, 잘 논다.”하고 대답한다. 나이가 들어서 ‘잘 노는 일’은 건강의 척도이기도 하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쯤 해넘이에 앉아 눈을 돌리면 벌써 영원한 산행을 결행한 사람도 있.. 그룹명/수필 방 2012.07.21
[스크랩] 115만추/허창옥 만추/허창옥 붉게 물든 숲과 빈들을 지났다. 단풍들어 풍성한 산과 비어서 오히려 넉넉한 들판을 바라보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세 시간 남짓, 동네어귀에 내려서 사라져 가는 버스를 한동안 바라본다. 십여 년 만이다. 그 짧지 않은 세월이 주춤거리게 해서 버스가 집 앞을 지나가는데.. 그룹명/수필 방 2012.07.21
[스크랩] 134.보리/한흑구 보리/한흑구 너는 차가운 땅 속에서 온 겨울을 자라왔다. 이미 한 해도 저물어 논과 밭에는 벼도 아무런 곡식도 남김없이 다 거두어들인 뒤에, 해도 짧은 늦은 가을날, 농부는 밭을 갈고 논을 잘 손질하여서, 너를 차디찬 땅 속에 깊이 묻어 놓았다. 차가움이 엉긴 흙덩이들을 호미와 고무.. 그룹명/수필 방 2012.07.21
2012 동양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껌> 박시윤 참 오래토록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유년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지 않았다면 그의 존재를 잊고 살았을 것이다. 몇 백 원 하지 않는 가벼운 값어치만큼 있는 듯 없는 듯했다. 언제부터 자리하고 있었는지 기억에도 없는 껌은, 유통기한이 지나 먹을 수 없는 음식처럼 .. 그룹명/시 방 2012.01.02
[2012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임병숙 [2012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임병숙 화투 투명한 유리창 안으로 햇살이 여과 없이 스며들었다. 두텁게 내려앉은 침묵 사이로 각질 같은 먼지가 빛살에 실려 부유물처럼 떠다니고 있�. 보호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는 바람이 지나간 듯 휑뎅그렁하다. 방 안에는 말.. 그룹명/수필 방 201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