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숙자 산마을의 저녁 연기 산마을의 저녁 연기 반숙자 깊은 겨울 한번씩 서울 손님이 온다. 까마득히 잊었다가도 예고 없이 방문 앞에 섰으면 온 겨울 추위가 다 녹는 듯 따뜻한 사람들이다. 작년 겨울에도 그렇게 왔다. 도착 시간은 오전 열 시쯤, 산채(山菜) 점심을 맛있게 들고 해거름이면 총 총히 떠난다. 내가 ..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반숙자 겨울 진달래 가슴으로 오는 소리 내 가슴에는 항상 바닷속 같은 적막이 고여 있다. 풀잎이 흔들리면 바람이 거기 있는 줄 알고, 미루나무 꼭대기 까치의 꽁지깃이 나풀거리면 그제사 환청(幻聽)같은 ꡒ깍깍ꡓ 울음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인가 내게도 똑딱거리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있..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반숙자 가슴으로 오는 소리 가슴으로 오는 소리 내 가슴에는 항상 바닷속 같은 적막이 고여 있다. 풀잎이 흔들리면 바람이 거기 있는 줄 알고, 미루나무 꼭대기 까치의 꽁지깃이 나풀거리면 그제사 환청(幻聽)같은 ꡒ깍깍ꡓ 울음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인가 내게도 똑딱거리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있..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박연구 바보네 가게 바보네 가게 / 박연구 우리집 근처에는 식료품 가게가 세 군데나 있다. 그런데 유독 '바보네 가게' 로만 사람이 몰린다. '바보네 가게'. 어쩐지 이름이 좋았다. 그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쌀 것같이만 생각되었다. 말하자면 깍쟁이 같은 인상이 없기 때문에, 똑같은 값을 주고 샀을지라도 싸..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노천명의 수필 "설야산책(雪夜散策)" 노천명의 수필 "설야산책(雪夜散策)" 저녁을 먹고나니 퍼뜩퍼뜩 눈발이 날린다. 나는 갑자기 나가고 싶은 유혹에 끌린다. 목도리를 머리까지 푹 눌러쓰고 기어이 나서고야 만다. 나는 이 밤에 뉘 집을 찾고 싶지는 않다. 어느 친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이 눈을 맞으며 한없이 걷는 ..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남영숙의 운연처럼 남 영숙 雲煙처럼 지난 가을, 시나브로 떨어진 은행잎이 다복다복 쌓여 있었다. 휙 하니 불어오는 바람은 수액의 공급을 이미 중단해버린 나뭇가지를 연모하며 매달려 있던 가랑잎들을 일시에 떨어내버렸다. 행인들의 발밑으로 금세 노란 융단이 펼쳐졌다. 참으로 고운 노랑, 그리..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김소운의 외투 외투(外套) 김소운(金素雲)(1907~1981) 부산 출생 시인, 수필가. 13세 때 이본에 건너가 34년간 체류 (수필집) 목근통신(木槿通信). 하늘 끝에 살아도. 나 자신과의 약속 계절 중에서 내 생리에 가장 알맞은 시절이 겨울이다. 체질적으로 소양(小陽)인 데다 심열이 승(勝)하고 다혈질이다. 매양 ..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개구리소리/김규련 개구리소리/김규련 지창에 와 부딪치는 요란한 개구리소리에 끌려 들에 나와 서성거려 본다. 저녁 나절 몹시 불던 바람은 잠이 들고 밤은 이미 이슥하다. 모를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물이 가득 잡힌 빈 논에는 또 하나의 밤하늘이 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개구리소리는 연신 하늘과 땅 ..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감나무에 달린 잎새들 / 김규련 감나무에 달린 잎새들 / 김규련 무심한 나무도 조석으로 대하면 정이 묻어오는 것일까. 나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정문에 바짝 붙어 감나무 한 그루가 거목으로 서 있다. 그러니까 나는 싫든 좋든 출퇴근할 때마다 나뭇가지 밑으로 스치며 드나들 수밖에 없다. 그것도 사계절이 두 번이나 .. 그룹명/수필 방 2012.07.22
곽흥렬의 낯가림 낯가림 무심한 기계도 때로는 낯가림을 하는 것일까. 연전에 새로 장만한 자동차가 자주 말썽을 부려 한동안 부지런히 정비 공장을 들락거린 적이 있다. 나는 몇 차례나 손을 보았는데도 어찌하여 여전히 옳잖은가 하며 정비기사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정비기사는 긁은 땀방울을 연신 소.. 그룹명/수필 방 201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