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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 제목없는 사랑 -김승희 -

테오리아2 2015. 12. 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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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는 사랑

                                    김승희

 

죽어버릴까.

아니면 이 불행한 삶을

계속해야 하나

해질무렵이면

언제나 화두처럼 떠오르는 이 질문을

가슴에 안고

아가를 업은 나는 골목을 서성인다

 

이혼을 할까.

아니면 이 우울한 결혼을 계속할 것인가.

가령 이 질문은 언제나 그 질문과 같아서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롯데백화점 앞 네거리 스타트라인 위에서

갑작 시동이 꺼져버린 중고차처럼

사방에서 경음기 소리가 들려오는데

혼자서 울고만 싶은 백치성이 있다.

 

절망 때문에 결혼을 하여

그 절망을 두 배로 만들고

허무 때문에 자식을 낳아

그 허무를 두 배로 만들었으니

자꾸만 약효가 안 듣는 약을

자가처방하고있는

너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해질무렵이면

약방의 진열대 뒤에 서서

자꾸만 이름모를 약을 조제하고 있는

너를

약효를 남 먼저 시험해 보느라고

두 눈을 감고 자꾸만 쓰디쓴 약을

삼켜보고 있는 너를

 

아가를 업고

서성이는 골목길 안에서

나는 너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네가 만든 영화 속에

나는 몹시 아픈 환자의 역할을 맡은

약물시음용 배우인 것만 같다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청개구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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