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
황지우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829-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
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오라
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 지성사 -
여리고 착하기도 하지, 우리여. 이제는 잊어 후진국 어디 독재자가 땅땅거리는 나라의 일쯤으로나 여기지만, 불과 삼십 년 전만 해도 세상 만물에 눈과 귀가 달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퍼런 서슬들을 용케 견디고 또 용케 숨을 놓치지 않고 잘도 견뎌오신 어르신들께 경롓!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을 견디는 우리에게도.
그러나 이런 위로와 찬사조차도 그 각 세운 시절의 시퍼런 방식이 아닌가. 그렇다. 인간은 가랑비 오는 동안을 무심히도 견딘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긴 일생을 건너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누군가는 가랑비를 기억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황지우처럼. 꼴라쥬 기법의 지적 조작을 통한 통렬한 야유의 시로 군사정권과 맞서던 사내. 또는 포스트 모더니스트. 혹자는 그런 그의 지적인 조작을 통한 시쓰기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침 튀기지 마시라. 서정시가 온전히 버선발로 마룻바닥을 참하게 걸을 수 있었던 이유도 실은 서정 이외의 시들 때문에 유통 가능했을 것이다.
<심인>은 신문 사회면 하단에 조그많게 실리는 사람찾는 광고를 이르는 말. 심인란의 광고를 그대로 오려다 시로 활용하는 위의 시는 "80년 5월 이후 가출"에 방점을 찍지 않아도 그의 시들이 가리키는 방향 때문에 자연스레 행불자가 많은 시대의 불편을 향해 출렁거린다. 상황의 제시와 독자의 유추를 시의 힘으로 활용하는 방식인데 마지막 연 만이 시적 화자의 구체적 상태를 드러낸다. 조간을 들고 변소에 앉은 화자가 꾸역꾸역 신문을 읽으며 사회면을 훑는 중인 것이다. 기사의 면면이 죄 한가지 내용이어서든 화자의 변비 때문이든 시적 진실은 달라지지는 않는다. 변비의 시대상을 향했든 불통의 사회를 향한 것이든 간에 말이다.
시는 언어를 자기의 방식에 맞게 구부려 쓰는 것이다. 언어를 꽃으로 피워 머리에 꽂는 것도 좋고 언어로 미로정원을 가꾸어도 상관없다. 통기성이 확보된다면, 모여 기꺼이 유기적 한 덩어리를 이룬다면, 바위덩이든 굴러내린 눈덩이든 바람에 구르는 가시덤불이든 꼭 끌어안은 두 남녀이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가진 전부를 내던져 심혈을 기울인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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