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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영
부평역 뒷골목에서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라라 혼자 자신을 게우고 있는 당신들에게서 대당 천 원을 받고 등을 쳐 드리지 라라, 열 대 정도면 당신들은 게울 만한 자기를 다 게우고, 계산을 치르고 타인이 되어 돌아갈 테지만 뒷골목에서 퍼엉, 퍼엉, 퍼엉하고 가슴께 뭉쳤던 것들이 골목을 걸어 나가는 소릴 좀 들어 봐 그날은 눈이 왔고, 술을 마셨고 혼자 그 남자의 뒷골목에 들어왔던, 라라 랄라라 그날은 눈이 왔고, 새해를 기다렸고 쉰 대, 하루 일당분을 혼자 맞고도 자기를 게워 내지 못해서 라라의 무릎 위에서 퍼엉, 퍼엉 소리를 내며 기절한 남자 의 호주머니를 뒤지는 라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혼자 게우고 있는 쓸쓸한 당신의 등을 쳐 드리지, 라라 랄라라 |
<제2회 세계의문학 신인상> 당선작
-술 취한 자의 주머니를 터는 소녀 라라, 그녀의 도둑질은 랄라라, 여느 도둑질보다 가볍고, 자기를 게울 수 없는 사내의 뒷골목으로 숨어들어 사내가 그 속을 게울 수 있도록 '등을 쳐 드리는' 치유의 행위이기 때문에 숭고하다. 이제 누군가가 라라의 등을 쳐 주어야 할 순서지만, 이 역설의 뒤끝이 아린 것은 우리가 다 또 그쯤의 체위로 여기를 살기 때문일 것. 랄라라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청개구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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