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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병(未病)
이은규
병(病)이 양식이다
병들어 누워 있으면 오래 먹지 않아도, 배고픈 줄 몰라 먹지 않게 된다 그만큼 양식이 남음을 이르는 말
오늘도 병과 병 이전을 서성인다
오고 있는 시간들의 이본(異本)인 미병
그만큼 양식이 필요함을 이르는 말, 새벽 구름이 빗방울로 귀가할 때 밤보다 먼저 도착한 허기가 그대로 쓰러져 자는 날이 많다
누군가 말했지
저 여자를 봐요 얼마나 부끄러울까
옷 속에서 완전히 벌거벗었네
일신(一身)의 난(難)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다만 불편할 뿐이라는 문장을 동그랗게 묶어, 돼지꼬리표를 달아 던져버리고
죽지 않을 만큼 고단할 수 없을까
부정형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눈금에 새겨지고 있다
미병, 아직 병이 아니므로
여러 이본들은 날마다 새로 태어나고
—《다정한 호칭》 문학동네 간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물크러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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