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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이은규 아침 꽃을 저녁에 주울 수 있을까 왜 향기는 한 순간 절정인지 아침에 떨어진 꽃잎을 저녁에 함께 줍는 일 그러나 우리는 같은 시간에 머물지 않고 떠도는 발자국 하나 지구의 원점,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날 때 흩어진 별들의 고개 기울어지다 알고 있니 천문대의 자오선을 경계로 하루쯤 시차가 난다는 걸, 그도 괜찮지만 착란은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나라의 일, 언제나 거짓말 같은 새벽과 짙은 농담의 밤이 찾아오는 곳 감은 눈동자 위로 반짝이는 열(熱) 이별은 이 별에서 헤어지는 중입니다 새의 깃도 바람에 헤어지는 중입니다 기억하자 날짜변경선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으면 하루 늦게, 반대의 경우 하루가 빨라진다 는 걸, 착란의 시간과 변하지 않을 운명에 대한 예감은 잠시 접어두기 문득 망설이던 긴 꼬리별 역일(曆日)의 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순간 때를 달리한 연인은 아침 꽃을 저녁에 주울 수 없고 우리는 너와 나로 파자(破字)되어 단출할 뿐이다 이제 잊는 것으로 기다릴까 향기로운 새의 부리가 전해줄 꽃의 절정 한 잎은 이쪽으로, 한 잎은 저쪽으로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물크러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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