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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좋은수필]인생 레시피? / 엄현옥

테오리아2 2014. 9. 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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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레시피 / 엄현옥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손쉽게 끊이는 찌개 하나에도 요리 방법이 있고, 가전재품이나 휴대전화만 해도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사용설명서가 있습니다. 우리 삶에 대한 인간관계야말로 대상에 따라 다른 방법의 접근이 필요한 난해한 문젭니다. 인생이라는 장강(長江)을 무난하게 건너는 매뉴얼 정도는 있어야겠네요. 그래서 오늘은 색다른 요리를 소개합니다.

 

'대인관계탕'이 바로 오늘의 요리입니다. 물론 사람의 일을 두고 '~탕' 운운하다니 왠지 거부감도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표현의 편의상 그렇게 설정하여 레시피(repice)를 알아보겠습니다. 본 요리의 특성은 재료나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성인이라면 이 방법이 무난하게 적용됩니다. 먼저 재료와 요리법을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요리명 : 대인관계탕>

 

ㅡ 재료: 공동관심사 200g 상대방을 위한 시간과 배려 5Ts. 마음의 여유 3Ts. 유머와 센스 약간. 술(주량을 넘지 않아야 함). 적절한 비용. (Ts는 큰 숫갈, ts는 작은 숫갈의 계량 단위임) 

 

ㅡ 조리법

 

1) 그날의 화재 100g을 먼저 넣는다. 화재는 공통관심사인 경우가 바람직하다. 이때 분위기는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가벼워서도 한 사람이 주재해서도 안 된다.

 

2)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 혹 말이 길어지더라도 시간과 배려를 듬쁙 넣고 주의 깊게 듣는다. 경청할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 요리는 실패 할 수 있다.

 

3) 이때 3Ts의 여유를 넣어 뭉근하게 끊인다. 끊이는 중 상대방의 말에 끄덕이거나 응수로 공감을 표시하되, 상투적인 공감의 표시는 가급적 삼간다.

 

4) 분위기가 경직되면 적당량의 유머와 센스를 넣어 저어준다. 이때 거품이 넘치면 살짝 걷어낸다. 다만 지나친 유머는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 있음을 상기한다. 이때 나머지 관심사 100g을 넣는다.

 

5) 우월감과 자만심을 교묘히 감추고 상대를 대할 경우 호주머니 안의 송곳처럼 드러나기 마련이다. 관계의 최고 형태는 '입장의 동일함' 임을 상기하며 나머지 배려를 넣는다.

 

6) 낮에는 차, 밤에는 술을 곁들일 수 있으며, 양주나 와인 보다는 소주와 막걸리가 마음의 간격을 좁히는 역활에는 월등하다.

 

7) 조리 순서 중 순서가 바뀌어도 큰 차이는 없다.

 

8) 다음의 만남을 기약할 경우, 마음과는 무관한 의례적인 약속을 삼간다. 

 

ㅡ Tip

 

1) 재료를 과다하게 넣으면 본래의 맛이 사라지므로 적당량만 넣을 것.

 

2) 정성드린 재료를 한 순간에 태우거나 설익힐 수도 있으므로,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불 조절이 관건이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끊일 수 있는 '대인관계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요리에는 정석이 없듯, 사람의 관계에도 정석은 없답니다. 원숙한 연주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보를 해석하고, 손 맛 좋은 요리사가 요리법에 의존하지 않듯이 '마음 가는 대로'가 정답입니다. 자신만의 경험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어느 곤충학자의 연구 결과가 떠오르는군요. 평소에 최상의 시스탬으로 보이는 다계급 개미사회는 천재지변 시 적절한 대처능력이 없었답니다. 자체적인 경직성 때문이지요. 반면 단일계급의 일개미들은 여왕의 주변에서 다양한 직종에 종사했지만 유사시 한 꺼번에 사건현장에 모여들어 문제를 해결한답니다. 다소 의외지만 매뉴얼에만 의존하는 것이 최상이 아니라는 의미 있는 결론이죠? 그렇다면 융통성이야말로 사태해결의 열쇠로군요. 돌이켜 보건데 저야말로 평소에 재품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은 적이 없기에 이런 종류의 설명서가 달갑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야말로 레시피 따위는 불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십네요. 이제까지 요리방법은 잊으셔도 좋습니다. 진정성과 배려만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깃들지 않은 정서이니까요.

 

오늘의 요리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구요? 그럼 다음시간에는 유익한 요리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출처 : 신현식의 수필세상
글쓴이 : 에세이 자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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