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결 마르지 않듯이(波不渴兮) / 남계 이창희
성탄이라고 온나라가 흥겨워하는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문중회의를 한다
마음 들뜨 흥청거리는 날에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선조님이 해오신 행적을 경건히 받들고
지나가는 한해를 마무리 하며
다가올 한해의 계획을 의논한다
팔십이 넘으신 어른분들 절하여 모시고
할매로 변해가는 아지매들
늘 새색시 같이 사랑어른 분들께 귀염받으며
식당 옆머리 좌석에 둘레둘레 얌전빼고 앉으시면
한 혈맥으로 흐르는 강물을 본다
한 줄기로 불어가는 바람을 느낀다
편안히 자리잡아 살게 해주시고
먹고 삶에 걱정없게 해주신 선조님께 감사드리며
내년 묘제를 머리속에 구상하며
권하고 사양하며 식사를 한다
남들이 단풍놀이 갈때 우리는 묘사를 지낸다
그저 일주일씩 내리 지낸다
미끄러지고 더듬대며 山길을 오르고 내린다
다리통이 제법 튼실해 졋는지 만져도 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묘사를 지낸다
내가 지키듯이 내 아들도 지킬것이고
孫子도 지킬것이며
孫孫이 지켜 갈것을 내 어찌 의심하겠는가 !
여름날 부뚜막 쉰밥처럼 세상이 변한다해도
우리는 고집을 붙잡고 산다
불변의 信義를 지키고 산다
우리의 하늘을 숭모하며 산다 .
제목으로 쓴 " 파불갈혜"는 의성김씨의 숭모하는 학봉선생님의
촉석루중삼장사(矗石樓中三壯士)의 결구의 앞부분이다
임진왜란시 진주성으로 휘몰아오는 왜구들을 대적키 위하여
모두가 도망쳐 버린 텅빈 진주성에 올라, 의병을 일으켜
구국하기를 열망하는 격서를 팔도선비들에게 띄우며
막료인 조종도,이노와 더불어 진주성에 올라 지은 장쾌한 詩다
촉석루중삼장사(矗石樓中三壯士) :촉석루에 세 사나이
일배소지장강수(一杯笑指長江水) :한잔술로 웃으며 장강을 가리키노라
장강지수유도도(長江之水流滔滔) :장강의 물은 도도히도 흐르네
파불갈혜혼불사(波不渴兮魂不死) :저 물결 마르지 않듯이 우리의 혼 죽지않으리.
푸르게 넘실대는 남강을 내려보며 왜놈들에게 나라를 지키겠다는
백의 민족의 혼이 활화산 처럼 타오르는 장쾌한 시다
당시 최고의 인품이셨든 학봉 김성일선생의 격서에 팔도 선비들이 일어나고
민중이 일어나고 산속에 스님들도 불경을 법당에 놓아두고 일어나니
망우당 곽재우장군과 연계하여 1차싸움에서 왜놈들을 격퇴하였으나
다음해 계사년4월에 과로로 진주공관에서 순국하셨다.
위 詩는 그후 조선 팔도의 선비들에게 오래도록 회자 되였다 한다.
이생강 - 봉장취 - 대금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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