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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손바닥으로 읽는 태초의 아침 외 1편 / 이령

테오리아2 2014. 12. 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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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읽는 태초의 아침

 

 

  칼세이건의 과학적 다양성을 들으며 곤히 잠든 아버지의 손금을 본다 당신의 손금은 내게 응축된 우주다 눈으로 아버지의 시간 속 여행에 합류하며 칼세이건의 이론을 좇는다 그가 과학에 있어 경험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동안 내 눈은 혈맥을 빠져 나와 삼지문 찍고 재운선 돌아 태양선을 향해 달린다 생의 중력장에선 길이 다방면, 엄지 쪽 감정 선은 골이 깊어 약지로 휘어지는 골짜기엔 바람이 잦았겠다 무명지로 이어지는 기역자 길은 자수성가형, 섬 속 섬엔 고독이라는 항성이 성단이 되었겠다 시간의 축적, 행성의 공전, 시원한 다운스윙, 아버지의 손금은 별들의 궤적이다 난 최대연직의 높이에서 가속이 멈춘 그의 내력에 대해 골똘한데 칼세이건은 과학의 경이가 그 어떤 종교에 대한 경외에 못지않다고 주장 한다 아멘! 이론에 대한 응용으로써 목마름의 이탈, 무중력의 중력, 악의 신 랑다의 머리카락과 맞닿은 삼지창쯤에서 난 몸을 불리는 알마게스트와 동일한 초신성이 되었다가 수륙양용 M3밴의 궤도쯤에 안착하는 푸르고 노오란 별이 된다 칼세이건의 이론이 빅뱅 하는 지금 아버지는 혼곤하고 난 깨어있다 우리는 각자의 타임머신에 타고 있지만 손금에서 아버지와 난 동일과정설, 이쯤에서 손금이 내는 길은 유전이다 현생의 자식은 전생의 부모라는, 내생의 길은 현생의 궤적이라는 생각, 격정의 핵분열로 나를 잉태 했을 아버지, 아버지의 온기, 이론이 진리가 되는 순간은 뜨겁다 지금 어느 행성에서 아버지는 송곳으로 없는 지문을 긋고 있는지 을라할라 으으윽외계음을 발송중이고 나는 아버지의 손바닥에 도킹중이다 그의 지류에서 시작된 피돌기가 은하를 이루고 길은 말없이 눈길만으로 따스해서 아버지는 깨고 칼세이건은 별똥별로 사라진다

 

 

 

 

여름밤, 평상위에선

 

 

밥바라기 별이 상현의 소가 되는 저녁나절

엄마는 식구들의 불평을 토닥토닥 타일러

구름빵을 구워내곤 했다

중고교복을 입어야 하는 오빠의 퉁퉁거림과

표정을 담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는 아빠의 푸념을

익숙하게 반죽하는 엄마의 요리법에는 늘

효모성의 온기가 살아 있었다

달빛이 밤물 같은 어둠을 버무리면

여름밤, 평상 위에선

부풀거나 식은 얼굴들조차 빛이 났다

유성의 꼬리가 별의 내장을 가르면

모락모락 빵들이 와르르 쏟아지고

빵이 풍선보다 부풀 땐

별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담장너머

시나브로 피기도 했다

식구들의 허기를 자분자분 다져 구워내는

연중무휴, 엄마의 구름빵은

지붕을 부풀리고 별들의 궤적을 끌어 모아

남루의 시절을 눈과 귀로 배부르게 했다

 

 

-현대시 12월호 발표작

 

이령 _ 2013 시사사 신인상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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