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사람은 본래 여덟 발 달린 동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반으로 나뉘어 네 발이 되고, 이 네 발 달린 동물이 탐색 끝에 짝을 찾아 네 발을 합해야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 볼 때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 한다. 결혼하여 반쪽과 떨어지는 일 없이 붙어살아야 함께 온전한 사람으로 산 게 된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말대로 쉬운 일인가. 처음부터 짝을 찾지 못해 반 쪽으로 살기도 하고, 짝을 찾아 살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짝을 맞추어 살다가 한쪽이 먼저 가기도 한다. 반쪽 인생은 옆구리가 시리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수소문을 하고, 궁합을 보고, 연애를 하고…… 여러 탐색과정을 통하여 그 시림을 예방하려 한다. 그렇다고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이 독감에 걸릴 수도 있고, 걸리면 더 독하다 하지 않던가.
간혹 완벽한 예방은 커녕 기본적인 탐색도 아예 없이 짝을 맞는 수도 있다. 새끼를 받기 위해 짐승을 교미시키듯, 이럴 경우 다른 네 발이 옆에 있긴 하나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없다. 사람과 짐승 사이에서 삐걱거리다 상처가 나고, 상처가 덧나고, 덧나 짓무르면 저절로 새가 벌어져 분리되게 마련이다. 이 고통에 비하면 옆구리가 시린 것 정도는 별 게 아니다.
이걸 체험했거나 미리 알아버린 사람들은 반쪽을 포기하고 산다. 불완전한 옆구리 시림을 감내하며 사는 것이다. 이것은 형벌이다. 신부님도, 비구승도, 성녀도 아닌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채울 수 있는 옆구리는 없다. 없음은 시림이요, 시림은 아픔이요, 아픔은 형벌인 것이다.
날마다 살을 비비며 체온을 나누고, 눈을 마주 보며 대활 하고, 마음의 빈자리를 메워 줄 수 있는 반쪽이 늘 옆에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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