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수필 방

화장과 면도 / 신현식

테오리아2 2018. 3. 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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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과 면도 / 신현식


 

 

여자는 화장을 한다. 남자는 면도를 한다. 화장과 면도, 모두 얼굴을 다듬는 행위이다.

성인이 바깥나들이를 할 때엔 화장과 면도는 필수다. 누구나 남들 앞에 서기 위해서는 얼굴을 말끔하게, 예쁘게 꾸미려 한다. 그래서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하는 것이다.

화장과 면도는 둘 다 일정 나이가 되어야 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는 피부가 약하기도 하지만 학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화장을 하지 않는다. 면도는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들어야 거웃이 솟기에 일정 나이가 되어서야 할 필요를 느낀다.

화장은 여러 모로 복잡한 면이 있다. 우선 세안을 한 뒤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에센스, 크림, 미스트, 파운데이션, 파우더, 하이라이트, 마스카라, 아이쉐도우, 립메이크업, 볼터치, 아이라인. 이처럼 기초화장, 색조화장, 마감 화장, 지우는 화장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만 거친다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도 있어야 한다. 마치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그 기술 여하에 따라 단장, 화장, 분장, 변장, 위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면도는 절차가 많지 않고 쉬운 편이다. 피부가 좋으면 간편한 전기면도기로 쓱쓱 문지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피부가 약한 사람은 칼이 장착된 면도기를 사용 한다. 피부를 불리고 비누칠을 하고 면도기로 쓱쓱 밀면 깎인다. 그런데도 귀찮아한다.

화장은 페인트를 하는 것처럼 화장품을 얼굴에 덧발라 취약한 곳을 보정하는 작업이다. 잡티에서 흉터나 윤곽까지도 보완을 하여 본래의 얼굴과 전혀 달라지게 한다. 오죽하면 변장위장이라고까지 할까. 그러므로 화장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숨기는 것이다.

면도는 수염을 깎아내는 작업이다. 남자들은 밤사이에 수염이 자란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부스스해 보이는 정도가 있는가 하면 시커먼 털이 얼굴을 뒤덮어 누구인지 몰라보게 자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흉한 수염을 깎아내고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화장과 면도는 행위 자체는 닮았지만 매우 다르다. 여자들은 잠이 들기 직전에 화장을 지우고서야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남들과 얼굴을 맞대는 낮 동안은 본래의 얼굴을 가린 채 시치미는 뚝 떼고 활보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남자들은 밤에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해가 지면 불순한 욕망들이 사정없이 피부를 뚫고 나오는 것이다. 그야말로 시커먼 속셈이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그렇지만 아침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욕망의 흔적들을 말끔하게 지우고 집을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화장과 면도에서 깨닫는 것이 하나있다. 여자는 낮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낮 동안은 여우처럼 엉큼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으니 말이다. 남자는 밤에 조심해야 하겠다. 어두워지면 시커먼 늑대의 본성을 드러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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