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시 방

이규보-시벽詩癖

테오리아2 2016. 1. 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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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이미 칠십을 넘었고

지위 또한 삼공에 올랐네

이제는 시 짖는 일 벗을 만하건만

어찌해서 그만두지 못하는가

아침에 귀뚜라미처럼 읊조리고

저녁엔 올빼미인양 노래하네

어찌할 수 없는 시마詩魔란 놈

아침, 저녁으로 몰래 따라다니며

한번 붙으면 잠시도 놓아주지 않아

나를 이지경에 이르게 했네

날이면 날마다 심간心肝을 깎아

몇편의 시를 쥐어짜내니

기름기와 진액은 다 빠지고

살도 또한 남아있지 않다오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니

이 모양 참으로 우습건만 깜짝 놀랄 만한 시를 지어서

천년 뒤에 남길 것도 없다네

손바닥 부비며 크게 웃다가

웃음 그치고는 다시 읊조려 본다

살고 죽는 것이 여기에 달렸으니

이 병은 의원도 고치기 힘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