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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 공자의 생활난 -김수영

테오리아2 2015. 12. 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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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김수영




꽃이 열매의 상부(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이태리어(伊太利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事物)과 사물의 생리(生理)와
사물의 수량(數量)과 한도(限度)와
사물의 우매(愚昧)와 사물의 명석성(明晳性)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쉽고 명징한 말들로 윤동주가 구한 생활율이 "서시"였다면, 조금 애매하고 어렵지만 김수영의 "공자의 생활난"도 그쯤의 자세가 된다. 공자의 일이든 시인 자신의 일이든 도를 구하던지 시를 구하던지 간에, 하나의 간절한 추구가 김수영에게서 난해해지는 것은 애초 그가 모더니즘에서 출발한 시인이라서이며 그의 초기 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시들이 다 애매한 것인가를 되묻지 않는다면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는 '나힌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쯤일 것이다.

  도가 정신의 안쪽을 더듬어 삶을 흔들어보는 일이라면, 시는 사물을 흔들어 인간에게로 기우는 일이다. 방법이 다른데도 같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삶을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끌어안자는 -몸으로 하자는 짓-이기 때문일까.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물크러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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