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고양이
아득한 섬이다. 잠잠하던 파도가 갑자기 큰 물살을 일으킨다. 일본에 항의라도 하듯 거세게 몰아친다. 거친 파도와 오랜 싸움 끝에 울릉도를 거쳐 외로운 섬에 다다랐다. 생전에 밟고 싶었던 땅. 대한민국의 영토, 독도다.
설레던 가슴이 울컥해진다. 내 나라 내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발을 딛는 감회가 남다르다. 내 분신이고 내 겨레의 땅이거늘 도둑이 주인 행세를 하려 드니 어인 일인가. 인간의 권력욕에 동해가 아프다. 욕심은 바다만큼이나 넓은 것인가. 채워도 부족하게만 느끼는 것이 가지려는 자의 마음인가 보다. 남의 옷자락을 제 의복인 양 착각하고 다리만 뻗으면 모두 자신의 땅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본의 오만불손한 심보에 배알이 틀린다. ‘한국령’이란 선명한 글자가 보이지도 않는가. 가당찮게 ‘다케시마’라고 망령되이 일컫는 망언에 분노가 인다.
일본은 잔혹한 전쟁을 치르고도 제2, 제3의 침략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국화와 칼’이라는 탈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사면이 바다로 된 일본은 지형적 특성으로 해상 영토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한다. 일본이 또 한 번 독도를 넘보는 것은 독도 근해에 30년간 쓸 수 있는 고체형 가스,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묻혀 있고 플랑크톤을 비롯한 천연자원이 풍부하여서 코를 벌름거리는 것이리라. 엄청난 자원에 사냥개 근성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스님이 달빛을 탐내 물과 함께 달빛을 한 병 가득 담아 왔지만, 병을 기울이니 달빛은 간 곳이 없고 절에 가서야 탐욕만 담아온 사실을 깨닫는다고 했던가. 일본은 독도의 물이 다 마를 때까지 퍼담는다 해도 담은 것은 탐욕에 불과할 뿐 실체는 없어 허망하기만 할 것이어라. 하늘과 땅과 바다와 인류가 생기면서부터 내 나라 내 영토인데 약탈을 스스럼없이 하면서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있다. “치인자(菑人者)는 인필반치지(人必反菑之)라” 타인에게 재앙을 입힌 자는 반드시 재앙을 입게 마련이란 말이다. 대게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산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말을 알까.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드는 격으로 억지주장만 펼치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의 선조들은 소를 타고 유유자적 느림의 철학을 즐겼다. 빠른 말을 두고 느린 소를 타며 소요(逍遙)하는 삶을 살았다. 욕망을 추구하기보다는 무위(無爲)에 가까운 삶을 살고자 한 것이다. 깨끗하면 깨끗한 대로 드러내고 거칠면 거친 대로 껴안았다. 이런 성정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박하다고 할 수 있다. 늘 강대국들에게 침략만 당했지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먼저 쳐들어간 적은 결코 없다. 우리 민족은 대일감정을 차치하고 동일본 대지진 때에도 두 발 벗고 나서서 성금 모금 운동을 했다. 늘 피해를 보면서도 금방 잊어버리고 똑같은 일이 또 발생한다고 해도 여전히 평화를 사랑하고 베푸는 것을 미덕으로 삼을 것이다. 상생을 근본으로 알고 인(仁), 의(義), 예(禮), 지(知), 신(信)의 덕목을 지키며 살았다. 남의 것을 탐내지 않으며 널리 인간을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민족관을 지닌 나라이다.
반면 일본은 예부터 노략질을 일삼던 부랑 민족이다. 키도 작아서 ‘왜躷놈’으로 불렸었다. 남의 땅은 빼앗되 제 땅은 침략당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집에조차 사람을 들이지 않는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해적질이나 일삼던 그들의 유전자는 자신의 집에 사람을 초대했다가 혹시라도 불행한 일을 당할까 봐서 친구조차 밖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토오쇼오구우 마구간 대들보 위에는 ‘잠자는 고양이’가 조각되어 있다. ‘잠자는 고양이’는 은유적인 상징물이다. 수많은 전쟁을 치른 토쿠가와 이에야스는 자신의 사후에 지배층이나 권력층들이 ‘눈 뜬 고양이’ 노릇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한다. 권력층들은 사냥을 위해 발톱을 갈지 말고 평화를 위해 ‘잠자는 고양이’로 있으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토쿠가와 이에야스의 ‘잠자는 고양이’는 평화를 노래했지만, 후손들은 침략전쟁에 여념이 없다. ‘눈 뜬 고양이’들은 그들의 습성대로 날로 먹으려 집요하게 먹잇감을 노리고 있을 뿐이다.
당랑포선(螳螂捕蟬)이란 말이 있다. 사마귀가 팔을 뻗어 매미를 먹으려는 순간 새가 사마귀를 덮치고 새는 사람에게 잡힌다는 얘기로 새가 사마귀를 입에 넣기도 전에 사람이 가진 화살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목전의 이익에 눈이 어두우면 뒤에서 치고 들어오는 적을 살피지 못해 오히려 잡아먹힌다는 말이다. 일본과 중국 간의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의 배일 감정이 고조되고 묘한 기류가 흐르는 이때에 일본은 이런 말도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지 않는가.
독도는 진실을 울부짖는다. 우리나라 영토임을 밝힌 관찬 문헌들을 살펴보면 조선 초기 세종실록지리지에 강원도 울진현에 속한 두 섬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두 섬은 512년 신라가 복속한 우산국의 영토라고 기록하고 있어 독도에 대한 통치 역사는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또 다른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동국문헌비고, 만기요람, 증보문헌비고 등에서 한결같이 기록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동국문헌비고 여지고 등은 “울릉(울릉도)과 우산(독도)은 모두 우산국의 땅이며, 우산(독도)은 일본이 말하는 송도(松島)”라고 한다. 역사적 문헌과 자료는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임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일본 내무성이나 그 나라 양심 있는 학자들조차도 죽도(독도)와 송도(울릉도)가 조선 부속 섬임을 스스로 밝힌 명명백백한 실증문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탁하려 드는 총성 없는 전쟁 앞에 분통이 터진다. 힘없는 나라는 늘 서럽다.
조울양도(朝鬱兩島-조선의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강원도에 속함을 증명하는 조선 팔도지도를 가지고 일본의 태수를 만나 “울릉도는 본디 우리 땅인데 왜인이 어찌 감히 경계를 넘어 침범하였는가.” 호통치며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담판지은 안용복 장군의 목소리가 지금도 쩌렁쩌렁 울려오는 듯하다. 박정희 대통령도 일본이 미국을 통하여 독도를 한일 공동 소유할 것을 제안하자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Just would not work)이라며 거절하고 독도를 방문, 한국의 토지대장에 등록하라는 명령을 내렸지 아니한가. 삼십 육 년 간의 압제하에서도 절대 굽히지 않은 강인한 민족이란 걸 일본은 벌써 잊은 것인가.
독도를 지키다 순직한 대원들의 무덤 속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안용복 장군을 비롯하여 독도수비대원들이 눈을 뜨고 지키고 있다. 토오쇼오구우 마구간 대들보 위에는 ‘잠자는 고양이’가 있지만, 독도에는 그 고양이를 잡는 독도지킴이가 있다.
‘프랑스 파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에펠탑이다. ‘대한민국’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단연 ‘독도’일 것이다. 독도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섬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를 빼앗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사람들도 독도는 대한민국의 섬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독도가 하나씩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독도수비대원들의 경례를 받으며 배에 올랐다. 고마움과 서러움이 뒤범벅되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곳은 내가 지켜야 할 곳이 아니던가. 독도의 의미가 비장한 각오로 다가선다. 쉽게 고개 꺾을 독도가 아니란 걸, 독도는 한국령임을 일본 바다 쪽을 향해 외쳐 본다. 영원히 자손만대까지 독도가 굳건하기를 촛대바위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18. 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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