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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신석정 촛불문학상 당선작] 최정아
발아
밤하늘의 별들도 때론
지상의 저녁을 즐기고 싶어
갈라놓은 수박에 총총 박혀 깜박이고 있다
누구도 뿌리와 잎의 근원이 씨앗임을
의심해본 적 없을 것이다
칼끝만 살짝 댔을 뿐인데
끈적끈적한 핏물
쩌-억, 기억 안쪽까지 환하다
누군가 씨를 없앴다고 떠들 때도 난 믿지 않았다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씨 없는 탄생 어디 있다고
삼복염천에도 씨앗을 품어
숨죽여 견디는 것이 모태의 삶이라면
초승달 돌돌 말아 삼키고
열 달 동안 누워 지낸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꼭 다문 입,
칼에 찔린 듯한 산고에 죽을힘으로 쏟아낸 비명
내 손톱에선 자꾸만 반달이 떠올랐다
식구들 둘러앉은 저녁
수박 한 조각 입에 넣어보면
불경하게도 내가 엄마 씨앗이었던 것을
단맛에 섬광처럼 녹아드는 핏물
엄마 젖이 이러했을까
뱉어낸 씨앗 몇 점
아이들은 풋것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심사평)감각적인 형상화와 언어의 균형감
<발아>는 수박씨라는 평이한 소재를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점이 장점이었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시의 표면에 드러난 언어가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어 충분히 안정되어 있는 점도 호감이 갔다
-심사위원 / 신경림, 오세영, 정양,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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