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시 방

전구를 갈며 / 함민복

테오리아2 2022. 3. 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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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를 갈며 / 함민복 

 

 

잠시 빛을 뽑고 다섯 손가락으로 어둠을 돌려

삼십 촉 전구를 육십 촉으로 갈면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예수는 더 밟게 못 박히고

십자가는 삼십 촉만큼 더 확실히 벽에 못 박힌다

시계는 더 잘 보이나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고

의자는 그대로 선 채 앉아 있으며

침대는 더 분명하게 누워 있다

방안의 그림자는 더 색득해지고

창 밖 어둠은 삼십 촉만큼 뒤로 물러선다

 

도대체 삼십 촉만큼의 어둠은 어디로 갔는가

내 마음으로 스며 마음이 어두워져

풍경이 밝아져 보이는가

내 마음의 어둠도 삼심 촉 소멸되어 마음이 밝아져

풍경도 밝아져 보이는가

 

어둠이 빛에 쫓겨 어둠의 진영으로 도망쳤다면

빛이 어둠을 옮겨주는 발이란 말인가

십자가에 못 박혀 벽에 못 박혀 있는 깡마른 예수여

연꽃에 앉아 법당에 앉아 있을 뚱뚱한 부처여

죽음을 돌려 삶을 밝힐 수밖에 없단 말인가

 

잠시 다섯 손가락으로 빛을 돌려 어둠을 켜고

삼십 촉 전구를 육십 촉으로 갈면

 

 

 

눈물은 왜 짠가?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운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며 눈물을 땀인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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