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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계단에도 창문에도 전봇대에도 붙어서 우는 매미처럼
저렇게 지겹게 저렇게 표독하게 저렇게 애절하게
생을 다하여 부르는 이름이
한 번 되어 볼래?
생이 다 질 때까지 놓지 않는 독한 향기가 되어 볼래?
애타는 목소리로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우리, 사랑이라는 걸
한번,
해 볼래? 외로워도 외롭다 말 못하고 괴로워도 괴롭다 말 못하는
자신을 견딜 수가 없어서 컴컴한 땅 속으로
제
몸을 던진 굼벵이가 매미의 전 생애일지도 몰라,
말하는 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너의 눈물 속에 갇힌다 파르르,
떠는 꽃잎처럼
너는,
운다, 울어도 내 울음소리가 나에게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서 실컷,
울 수 있는 폭풍우가 몰아쳤으면 좋겠어,
성난
바다로 달음박질쳐 가는 내 가슴속에도 사나운 바다가 있는 모양이야,
노래도 안 나오고 눈물도 안 나오는 노래연습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울지,
눈물을 저장하는 사람은 몸이 아파, 낙타의 등처럼 내 등에도 아픈,
물혹이 돋는다 틈나면 차에서 들으려고 네가 보내 준
울음소리를 녹음 했어
햇살이 제법 톡 아프게 쏘는 이 여름에도
톡 쏘는 추위와 톡 쏘는 배고픔은 있어 몸은 신열로 뜨고
삶은
단물져 무겁지, 내 몸에 붙어서 우는 저 무거운 매미소리 좀 꺼 줄래?
간절히 네 이름만 부르는 저 독기,
여러 겹으로 된 한
통의 연애편지 / 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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