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나무와 꽃과 이야기하는 법을 잊었다. 정확한 시간을 감지하던 섬세한 몸의 지문들을 12개의 숫자로 공간화 된 ‘시계’와 ‘핸드폰’이 일일이 지워버린 것처럼, 우리의 몸은 먼 과거에 비해 점점 고독한 방향으로 퇴화되어 왔다. 이런 방향대로라면 몸은 점점 본래의 감각들을 잃어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잃어버리고,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잊게 될 것이다. 담배, 알코올, 마약 같은 약물에 의지해 자연과의 교접이 아닌, 약물 간 화학 반응을 더 실제적인 것으로 느끼고 그리고 나무나 꽃의 정령들과 이야기하는 얼마 남지 않은 소수 우량종들, 이런 어린 주술사들을 ‘비과학적’이라는 강력한 현대의 언어로 단죄하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사회가 바뀌며 우리의 생활도 바뀌었다. 모두가 ‘빨리빨리’를 외치는 사회에서 시간은 금이고, 속도는 생명이다. 빠른 승진, 부유한 경제력 등은 성공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낙오가 되면 생존마저 위태로운 사회, 바로 한국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세상에 대항하여 빼앗긴 것을 되찾아야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 있다. ‘돈’과 ‘출세’ 대신 마음의 평화를 택하기로 한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갖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까지 돈과 출세를 위해 달려왔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무리가 생겨나고 있다. 바로 ‘다운시프트(Downshift)족’이다.
또한 자연과 가까이에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걸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혼자가 아닌 함께 있을 때, 나와 너가 아닌 ‘우리’일 때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인구 5만 명이 생태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건설된 도시 오로빌, 수력, 태양력 등 대체 에너지로 마을을 운영하는 영국의 메헨세스, 한 달에 딱 두 번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오지 아젠타와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체험하기 위한 워킹액션 프로그램, 고요한 가운데 종소리가 울리면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현재를 생각하는 독특한 방법의 수행을 하는 ‘플럼 빌리지’의 한 풍경.... 가장 적게 가지고 가장 적게 쓰고도 행복한 삶을 사는 삶의 방식이 있다.
영혼의 마을 핀드혼
1962년에 설립되어 현재 연간 1만 4천명에 이르는 방문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핀드혼’은 대안적인 에코빌리지 프로젝트의 모범으로 손꼽힌다. 다섯 명의 신비가들이 스코틀랜드의 척박한 모래땅 핀드혼에서 풍요의 농장을 이루어낸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영감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이 각 식물들의 정령, 즉 데바(deva)와 대화하며 그들의 긴밀한 도움을 받는 과정은 영농 기술의 집합이라기 보단 중세 시대의 연금술에 가깝다. 정령들이 마구 출몰하는 마르셀 에메의 동화 같은 몽환과 에콜로지철학의 문제의식이 뒤섞인 이 공동체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 어디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지의 끝을 보여준다. 인간의 상상력이 어떻게 마을 공동체와 합체돼 작동하는지를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예이다.
웰빙 마을 토트네스
영국의 ‘토트네스’가 끊임없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이유는 기업의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추락한 ‘오가닉’과 ‘웰빙’이 이 마을에선 삶과 분리되지 않은 ‘생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공 4명이 손작업만으로 만드는 ‘그린 슈즈’의 주인은 대도시의 영문학자였지만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두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마을에 작은 구두 가게를 차렸다. 그는 주민 한 명 한 명의 발본을 일일이 손으로 뜬다. 그는 당연히 마을 사람들의 발 모양새 모두를 기억하고 있다. 마치 증세를 환하게 꿰고 있어 진단 없이도 처방을 내릴 수 있었던 그 옛날 시골 약방 주인을 떠오르게 한다.

<[출처] 그린 슈즈(http://www.greenshoes.co.uk) 홈페이지>
중요한 건 주민 8백 명이 사는 이 마을의 상점들 대부분이 ‘그린’과 ‘오가닉’ 표지판을 달고 있지만 돈이 장벽이 되어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오래된 대장간을 개조해서 만든 ‘포지 요가센터’는 영국 10대 요가 센터에 들어갈 만큼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자랑하지만 1시간 30분의 수업료는 고작 7파운드. 런던에선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살구와 망고, 딸기와 버찌 같은 다양한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파는 ‘로콤’의 주인은 토트네스의 느린 삶이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훨씬 더 높여준다고 확신한다. 식당 뒤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로 계절 수프를 끓여내는 오가닉 레스토랑에선 그 계절에 가장 잘 자라나는 채소 이야기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 세계 곳곳의 ‘다운시프트족’들이 이 마을로 몰려드는 건 토트네스의 아름다운 풍경보다 더 인간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연대’시키는 많은 도시들, 거기에서는 학식과 나이의 차별이나 가지고 못가진 것의 차리를 두지 않는다. 현실 속에서 소외된 채 점점 더 고독해지는 개인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와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분리시키는 환경 파괴의 축은 잠재적인 유나바머식의 폭력주의자들을 양산했다. 어떤 이상도 수단을 정당화하진 못한다. 불에 의한 세상 정화라는 유나바머의 시적인 알고리즘 또한 폭탄이라는 과격함 속에 농축되어 세상에 얼마간의 흠집을 냈을 뿐이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1179
어떻게 하면 가장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일까? 그건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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