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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그리운 날은 또 편지를 쓰고 | |
[그리움의 엽신 : 그 하나] | |
손경찬(전 경북도의원), uljintimes@empal.com |
등록일: 2008-12-21 오후 4:58:36 |
당신을 생각하노라면 이제까지 표현은 못하였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힘든 입장에서도 지아비 걱정으로 오히려 나에게 용기를 주며 자신은 꿋꿋하게 생활하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은 동짓날. 이 기나긴 밤에 내 사랑은 무엇을 생각하세요? 아직도 꿈같기도 하고 먼 나라 이야기 같기도 한 혼란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는가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공주님 먼 길 떠나려는 준비와 얼마간의 이별이 아쉬워 잠든 희주의 고운 얼굴이라도 보고 계시는지요. 속박의 일상 속에서도 상상은 자유로워서 당신을 떠 올리고 희주를 그리는 이 시간만큼은 다른 아무 생각 없이 상념 속에서라도 내 가족한테 충실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나는 이때가 가장 행복하니까요. 오늘은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에요.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에 하루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마음 편안히 가지려 시집을 꺼내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명시』란 책인데, 내노라 하는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이 있고 그 책갈피에는 내 스스로에게 위로받고 다짐두는 의욕과 진실과 사색의 손때가 함께 묻어 있지요. 먼저 김현승 시인의 <독신자>라는 시를 읽어 드릴께요. 나는 죽어서도 무덤밖에 있을 것이다 누구의 풀 안에도 고이지 않는 나는 지금도 알뜰한 제 몸 하나 없다 나의 그림자마저 내게서 가르자 그리하여 뉘우쳐 머리 숙인 한그루 나무같이 나의 문 밖에 세워두자 제단은 쌓지 말자 무형한 것은 나에게 자유롭고 더욱 선연한 것…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오면 나의 친구는 먼 하늘의 물 머금은 별들… 역시 시인들은 존경할 가치가 충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독신자>에는 삶과 죽음의 초연함 속에서 고독을 내면으로 나타내고 있어 더욱 외로움이 돋보입니다. 사랑하는 여보! 가장 긴 시간의 오늘 밤 가운데 아직은 그래도 이른 시간이라 한편의 시를 더 읽어봅니다. 당신을 향하는 그리움으로 유치환시인의 <그리움>를 띄워 보냅니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이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아래 거리언 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센 오늘은 더욱더 그리워 진종일 헛된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냐 시인은 이 시에서 그리워 그리워도 못 볼 것 같아 가슴 미어지는 그리움을 노래했습니다. 이 시를 보다가 내가 바람 속에서 울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사랑하는 당신과 희주가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을 그리워하고 못 견디어 미치도록 그리운 날은 또 편지를 쓰고, 당신의 편지로 읽고, 또 읽고… 그러면서 꽃피는 새봄이 오면 당신에게 달려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와 설레임이 있기에 | ||||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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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손경찬의가로등
글쓴이 : 일세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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