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시 방

방榜과 방房/김근혜

테오리아2 2025. 5. 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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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방

 

 

솟구치는 집값은 숨을 오래 참았을 때처럼 시퍼런 피가 돈다

공인중개사 손이 컴퓨터 자판에서 나를 훑고 행간을 좁혀가며 내 얼굴에 붙은 방으로 들어온다

철 따라 뛰는 집값, 또 하나의 날 선 무늬 되어 긴장하게 한다

가득 고여 있던 침을 꾸역, 꾸역 넘겨본다

모니터 너머로 닿을락 말락 하는 사내와 내 입술, 그는 내 흑백사진을 쓱 훑고는 사정을 다 아는 양, 애써 침묵하고 있는 항아리만 쓱쓱 문지른다

 

남자는 선글라스 낀 내 눈을 유심히 살핀다 발가벗긴 듯 화끈거리는 내 가면 이럴 땐 밀려들 미분양 쓰나미가 그립다 해야 하나 파리 날리던 13번 부동산엔 재개발 망초꽃이 활짝 폈다

 

나는 네가 필요하고 너는 내가 필요한데 왜 우리는 만나지 못하지!” 지하철에서 만난 방이 집까지 따라와 울컥하게 한다

서로가 필요로 하는데 만나지 못하는 강의 남쪽에 있는 방, 여전히 뛰어넘을 수 없다 낯설어서 낯설지 않을 때마다 나는 작은 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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