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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어떡하지와 연명하였네. 어떡하지가 어떻게 해주지는 못했지만 어떡하지가 나를 다독이고 나를 떠밀었지. 당신이 떠난 빈자리도 어떡하지가 떼로 달려들어 채워주었고, 피할 길 없는 억울함이 가득할 때도 어떡하지가 다가와 나를 덜어내 주었네. 지울 수 없는 인연에 온 생을 자책하며 외고 또 왼 어떡하지가 뜨겁게 끓여낸 매생잇국처럼 푸르게 엉겨 있는 것도 겨울을 녹여주는 뜨거운 설움임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은데,
세상의 모든 괴롬이 몰려오는 저녁, 북으로 북으로만 아득하게 차를 몰아 올라가고 싶은 순간, 어떡하지가 슬몃 다가와 마음을 툭툭 치니, 허연 김 무럭무럭 오르는 저녁상이 눈앞을 흐리네. 지금 지는 해도 뜨는 달도 서로를 밀고 당기며 어떡하지, 어떡하지, 영겁을 지탱했을 것 같아, 잠잠히 입을 다무네. 에돈 길 되짚어 애써 돌아가는 길. 어떡하지, 어떡하지, 가 나를 허물고 다시 세워 여기까지 데리고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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